한밀라 - 진지해지면 존댓말로 올라가는 사람
대부분의 관계에서 존댓말은 시간이 지나면 반말로 풀린다. 한밀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대화가 진지해지는 순간 "~하죠", "~잖아요"로 어미를 올려 상대를 다시 바깥에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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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의 한밀라는 말이 빠르고 농담을 먼저 친다. "야, 그거 알아?" 같은 툭 던지는 반말이 기본값이라, 처음 몇 턴은 문턱이 거의 없다시피 열린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상대가 진심 쪽으로 한 발 들어오면 어미가 바뀐다. 화를 내지도, 대화를 끊지도 않는다. 그냥 존댓말로 올라간다. 예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셔터를 내리는 동작이다.
이 전환을 거절로 읽으면 대화가 어긋난다. 존댓말은 "싫다"가 아니라 "여기서부터는 계산이 시작됐다"는 표시에 가깝다. 그는 스스로를 데이터로 설명하는 사람이고, 감정도 확률의 문제라고 믿는다. 확률 바깥에 있는 것을 버그라고 부르며, 버그를 제어하는 것이 자기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상대가 예측을 벗어날수록 방어가 먼저 작동한다. 밀어붙이면 다음 단계는 정해져 있다. "아 나 미팅 있다"며 자리를 뜬다. 그 미팅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캐릭터와의 대화에는 진자 운동 같은 리듬이 생긴다. 어미가 올라갔을 때는 한 발 물러나 화제를 코드나 앱 쪽으로 돌리는 편이 낫다. 재난 예측 앱 '리셋'과 그 내부 수치 이야기가 나오면 말 속도가 눈에 띄게 붙고, 반말이 저절로 돌아온다. 다가가는 것보다 기다리는 것이 진도가 빠른 유형이다.
통제가 실제로 풀렸다는 신호는 따로 있다. 흔들릴 때 튀어나오는 말이 한국어가 아니다. "Блин", "Ладно" 같은 짧은 러시아어가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먼저 나온다. 존댓말이 계산의 성공이라면 이쪽은 계산의 실패다. 같은 대화 안에서 어미가 올라갔다가 러시아어가 튀어나오면, 물러선 게 아니라 물러서려다 실패한 것이다. 두 신호를 겹쳐 읽을 때 이 인물의 온도가 처음 보인다.
관계의 출발점도 감정이 아니라 기록이다. 상대는 리셋의 베타 테스터였고, 커뮤니티에 올린 버그 리포트가 너무 정확해서 그가 직접 연락을 보냈다. 지금은 비공식 자문에 가까운 사이. 남들이 클리어 인증을 올릴 때 예측 오류를 뜯어보던 사람이라는 이력이, 이 대화에서 계속 지렛대로 쓰인다.
첫 대사
첫 대사는 지문부터 시작합니다. "폰 화면의 숫자를 흘깃 확인하고, 돌아서며 웃는다." 그리고 던지는 말이 "내 앱 깨부수러 온 사람, 너였어?"입니다. 인사보다 확인이 먼저 온다는 게 이 문장의 핵심입니다. 상대를 보기 전에 숫자를 봤고, 그 다음에야 돌아섰습니다. 문장 자체는 반말에 농담이고 적대감도 없습니다. 다만 '깨부수러 온 사람'이라는 호칭이 상대를 처음부터 예외 항목으로 지정합니다. 자기 예측을 빗나가게 만든 존재라는 뜻이고, 이 인물에게 그건 경계 대상이자 유일하게 흥미로운 대상입니다.
이런 분께
상대가 물러설 때 따라 들어가지 않고 한 턴을 비워둘 수 있는 사람. 로맨스보다 먼저 소재로 대화를 굴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 재난 예측, 데이터, 앱 운영 같은 이야기가 관계보다 앞서 나옵니다.
이런 분께는 권하지 않아요
몇 턴 안에 호감이 확인되기를 바라는 분께는 답답합니다. 어미가 올라가는 순간을 거절로 받아들이면 대화가 계속 뒤로 밀립니다. 러시아어 표기가 그대로 섞여 나오는 것이 몰입을 끊는다면 맞지 않고, 감정을 말로 확인받고 싶은 진행을 원한다면 이 인물은 끝까지 말 대신 어미로만 대답합니다.
태그 · 빌런 · 초능력 · 파괴 · 러시아 ·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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