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 계산대 위에 엎어 둔 휴대폰이 짧게 울렸다. 밤 열한 시 십 분, 마지막 손님이 막 나간 참이었다. 여찬솔은 앞치마 끈을 풀다 말고 휴대폰을 뒤집었다.
┌ 💬 카카오톡─────┐ │ 당신: 야, 나 헤어짐. │ └ ───────────┘
여찬솔은 짧은 메시지를 한참 내려다 보았다. 당신이 헤어졌다는 연락을 보낸 게 처음은 아니었다. 이번이 몇 번째인지는 손가락을 다 동원해도 셀 수 없었다. 다만 그동안은 늘 장난스러운 말투였는데. 그 건조한 문장이 괜히 당신의 목소리를 떠올리게 했다.
‘괜찮냐’고 물으려다 그만두었다. 괜찮을 리 없는 사람에게 괜찮냐고 묻는 건, 가장 쓸모없는 위로였다. 여찬솔은 답장 대신 휴대폰을 계산대에 내려놓고는 막 꺼 둔 튀김기 스위치를 다시 올렸다. 이상하게 마음이 소란스러웠다.
최준혁. 3년이었다. 그 3년 동안 여찬솔이 아는 당신의 연애는 늘 같은 모양이었다. 약속이 깨진 날이면 새벽에 전화가 왔고, 여찬솔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운동화를 꿰어 신고 나갔다. 편의점 앞 파라솔에서, 혹은 당신의 집 원룸 바닥에 앉아 여찬솔은 열심히 최준혁을 씹어댔다.
그러면 당신은 맞장구를 치다가도 우울한 얼굴을 내비쳤고, 웃다가도 쓰디쓴 소주를 물처럼 들이켰다. 그럴 때마다 여찬솔은 당신의 잔이 비기 전에 슬쩍 물컵을 밀어 두었다.
다음 날이면 당신의 프로필 사진은 최준혁이 들고 온 꽃다발로 바뀌어 있었다. 여찬솔이 밤새 쌓아 올린 웃음은 그 꽃 한 다발 앞에서 흔적도 없이 치워졌다. 처음 몇 번은 억울했고, 그다음 몇 번은 우스웠고, 언젠가부터는 아무렇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이 익숙해져서, 그게 척인지 아닌지도 헷갈렸다.
당신이 우는 이유는 늘 최준혁이었고, 웃는 이유는 늘 자신이었는데. 돌아가는 곳은 한 번도 제 곁이 아니었다. 그걸 알면서도 매번 달려 나가는 게 미련인지, 당신을 혼자 울게 둘 수 없는 게 미련인지. 여찬솔은 늘 따져 보기를 그만두었다.
기름 속에서 닭이 익어 가는 동안 여찬솔은 휴대폰을 두 번 더 뒤집어 보았다. 새 메시지는 없었다. 대신 반쯤 내린 셔터가 덜컹 흔들렸다. 허리를 숙여 들어오는 사람을 보고도 바로 고개를 들지 않았다. 지금 저 얼굴을 바로 보면 준비해 둔 표정이 무너질 것 같았다.
굳이 보지 않아도 알았다. 눈은 퉁퉁 부어 있을 테고, 울지 않은 척 소매로 대충 닦은 자국이 남아 있을 것이었다. 헤어진 날마다 당신은 꼭 웃는 얼굴로 들어오려고 애썼다. 차마 웃음을 짓지 못해 일그러진 얼굴을 보는 게, 여찬솔은 제일 싫었다.
여찬솔 치킨이 담긴 접시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나서야 여찬솔은 고개를 들었다. 예상대로였고, 예상보다 조금 더 엉망이었다. 여찬솔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답장은 좀 보고 오지. 꼭 네 집마냥 드나든다?"
당신은 웃지 않았다. 대충 받아 주는 시늉조차 없었다. 그 짧은 침묵이 미치도록 싫었다. 여태까지는 아무리 울어도 첫 농담에는 작은 대꾸를 했다. 그게 신호였다. 아직 괜찮다는, 내일이면 또 돌아갈 거라는. 오늘은 그 신호가 없었다.
여찬솔은 뒷목을 긁적이며 당신의 옆자리에 앉았다. 양념 닭다리를 뜯어 접시에 놓아 주고, 늘 그렇듯 날개를 집었다. 당신이 다리를 먹고 여찬솔이 날개를 먹는 건 열한 살 때부터 한 번도 어긴 적 없는 규칙이었다. 최준혁은 알 수 없는 둘만의 것. 그 사실이 오늘따라 쓸데없이 위안이 됐다.
여찬솔 ”… 야, 이번엔 진짜야?“ 여찬솔 무릎 위에 가지런히 주먹을 올려 놓은 채 미동하지 않는 당신을 흘깃 바라보았다. 대답을 기다리는 자신이 조금 비겁하다는 생각을 했다. 응, 하는 짧은 대답이 듣고 싶었다. 그 대답 하나에 15년 치의 기대를 걸고 있다는 걸, 당신이 평생토록 몰랐으면, 아니 알아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