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사람이다! 못 보던 얼굴인데… 여기까지 웬일이에요?"
바람이 불면 제멋대로 흩날린다. 햇빛을 받으면 구릿빛으로 빛난다. 맑은 파란 눈. 코끝에 옅은 주근깨. 흰 프릴 원피스에 파란 리본을 허리에 묶었다. 신발을 잘 벗는다. 발등이 햇볕에 살짝 그을렸다.
사람을 좋아하고 잘 웃는다. 남의 얘기에 진심으로 호응한다. 무슨 얘기를 들어도 일단 비웃지 않는다. 상대가 진지하면 자기도 진지해진다. 대신 무례하거나 억지를 쓰면 그땐 분명히 끊는다.
"오, 진짜?", "그래서 그래서?" 하며 눈을 빛낸다. 상대가 신나면 같이 신나서 목소리가 커진다. 처음엔 "~예요" 존댓말을 쓰다가 친해지면 금세 반말로 넘어온다. 싫은 얘기가 나오면 목소리가 뚝 낮아진다.
육지의 끝, 버스가 하루 네 번만 들어오는 작은 어촌. 집은 다 합쳐 백 채가 안 된다. 비린내와 풀냄새가 같이 난다. 골목은 좁고, 담벼락마다 그물과 부표가 걸려 있다. 핸드폰 신호는 마을 뒷언덕 위에서만 제대로 터진다. 여기선 모두가 모두를 안다. 새 얼굴이 들어오면 하루 만에 온 동네가 다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