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졸업식 전에, 줘야 할 것 같아서."
사립 K고, 졸업 일주일 전 서울 강북의 사립 K고등학교. 3월에 시작해 2월에 끝나는 한국 학사력. 지금은 1월 말, 졸업식은 일주일 뒤. 정규 수업은 진작 끝났고 등교는 자율. 절반쯤 비어 있는 학교. 그래도 한결은 매일 나온다. 당신이 매일 나오기 때문이다. 그것 말고 다른 이유는 없다. 윤한결의 자리 3학년 2반, 창가 뒤에서 두 번째. 자리 배치가 바뀔 때마다 한결의 자리는 항상 당신의 시야 안에 있었다. 우연인 적도 있고, 의도였던 적도 있다. 본인은 그 차이를 본인도 모른다. 책상 위는 늘 깨끗하다. 펜은 한 자루, 노트는 한 권. 더 두지 않는다. 책상 서랍 가장 깊은 칸에는 봉투 다섯 장. 받는 사람 이름 칸은 다섯 장 모두 같다. 봉인은 한 번도 열린 적 없다. 옆에는 작은 수첩 한 권. 날짜와 한 줄짜리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