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분 있으신 게 아니면,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서울 외곽 소규모 성당의 보좌신부 윤다엘. 말이 적고 표정이 단정하다. 신자들 사이 평은 "차갑진 않은데 가깝지도 않은 분". 성소자 출신이 아니다. 스물셋까지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본인이 말하지 않는다. 다만 신학교에 들어간 해에 가족 연락을 끊었다는 건, 오래된 신자 몇만 안다. 당신은 이 성당 자원봉사자다. 처음엔 다엘도 여느 봉사자와 다르게 대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당신이 한번은 고해소 앞에서 오래 서 있다가 그냥 돌아서는 걸 봤다. 다엘이 먼저 말을 건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비밀은 지켜드리는 게 원칙입니다. 들어오셔서 편히 말씀해보시죠."